NHN 꽉 막힌 ‘그린벨트’

네티즌은 가두고… 중소업체는 누르고

네이버, 이렇게 독점해도 괜찮을까요?

검색시장 70%잠식… 올 매출 9000억 이상

구글처럼 他사이트로 네티즌 연결 안시켜


중소벤처 몰락하고 ‘디지털 생태계’ 교란

인터넷시장 다양성 사라지고 네이버에 잠식


조선일보


입력 : 2007.11.15 23:34


인터넷 제국 ‘NHN’의 질주가 무섭다. ‘네이버’로 유명한 NHN은 검색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막강한 독점력을 무기로 온라인 게임·커뮤니티·광고 등 주요 인터넷 비즈니스를 싹쓸이하고 있다. 벤처에서 출발한 NHN은 지난 6년간 매출이 무려 7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매출 9000억원 이상에 순이익은 27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시가총액은 매출 10조원이 넘는 KT를 한때 능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NHN의 질주와는 거꾸로 한국 인터넷 산업은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NHN의 독점력이 강해질수록 중소 인터넷 사이트는 NHN에 종속이 되거나 차례차례 몰락하고 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의장은 “대기업 NHN이 벤처의 인재들을 흡수하며, 중소 벤처들이 설 토대를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검색 독점=NHN의 힘은 검색포털 네이버(www.naver.com)와 게임포털 한게임(www.hangame.com )에서 나온다. 특히 ‘검색’을 틀어쥔 네이버의 힘은 가공할 만하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티즌들의 한 달 인터넷 검색 건수(쿼리)는 47억여 건. 이 중 네이버가 33억 건으로 70%에 이른다. 2위인 다음(16%), 3위 엠파스(5%)와는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인터넷 검색 독점이다. 중국 1위 검색사이트 바이두 대표 리옌훙조차도 “네이버를 배워야 한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그리고 네이버는 검색 결과에 광고를 붙여(검색 광고)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네이버 검색의 특징은 네티즌들이 다른 사이트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완벽성·폐쇄성이다. 네이버는 구글처럼 각 사이트로 네티즌을 연결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모든 게 해결되도록 만들었다. 백과사전, 뉴스, 네티즌 문답(지식인), 블로그를 구축하며 네티즌이 원하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에만 들어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황폐화되는 인터넷=네티즌이 네이버에 갇히면서 한국 인터넷에서는 다양성이 사라져 버리고 있다. 다음카페(1999년)·싸이월드 미니홈피(2001년) 등 세계를 놀라게 한 인터넷 서비스는 더 이상 한국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유도현 코리안클릭 대표는 최근 ‘2007 글로벌 온라인 마케팅 서미트’에서 “(포털이)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인터넷업체 사장은 “최근 신규 사업 추진 트렌드는 NHN이 하지 않을 것 같은 서비스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서비스도 네이버에 시장을 잠식당하거나 종속되기 일쑤다. 가격 비교 사이트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는 초창기 네티즌들이 사고 싶은 물품을 치면 중소 가격전문사이트로 연결해 줬다. 그러나 2003년부터는 방식을 바꿨다. 네이버가 직접 자신들이 물품 가격을 비교해 보여주는 ‘지식쇼핑’ 서비스를 시작한 것. 지식쇼핑은 지금 가격비교 시장의 1~2위를 오가고 있다. 반면 가격 비교 사이트들은 급속히 쇠퇴했다. 한 가격비교 사이트 사장은 “(NHN이) M&A를 핑계로 업체를 실사해 놓고, 노하우를 빼내 직접 서비스를 시작해 버렸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도 불만이 적지 않다. 검색의 독점력이 게임시장까지 확장되기 때문이다. 올 3분기, 한게임의 고스톱·포커류 게임의 매출은 국내 온라인 게임의 대표 격인 ‘리니지’ 시리즈 매출을 넘어섰다. 한 게임업체 사장은 “네이버에서 새 게임이 출시되면 다른 경쟁 게임 광고는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거나 자신들의 게임보다 노출이 덜되게 교묘하게 조작을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NHN, “서비스 경쟁력에 따른 결과”=NHN은 자신들의 실적이 독점이 아니라 더 나은 서비스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채선주 NHN 홍보실장은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콘텐츠 업체들과는 상생 모델을 끊임없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 검색의 장악력은 현실적으로 중소 인터넷 업체들이 넘을 수 없는 ‘독점의 벽’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통신위원회도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이르면 연말쯤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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