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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보안업계의 고민


전자신문


2007/11/16      


 보안 시장이 사라졌다. 얼마 전만 해도 증권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국산 보안 전문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퓨처시스템·시큐어소프트·어울림정보기술·하우리 등의 찬란했던 시절은 이제 과거가 됐다.


 상징적인 얘기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본업에 충실하지 못했거나 허약한 체질, 이로 인한 경영의 악순환이 주원인일 것이다. 시장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탓일 수도 있고 정책적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경영권 문제가 불거지고 대표이사가 갑자기 교체되는 일도 다반사다. 자본을 앞세운 기업의 우회상장 먹잇감으로도 전락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이종사업으로 진출, 아예 새 옷을 입는 사례도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기술 개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투자할 자금도 자금이려니와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금과 전문기술력을 가진 인력이 없다 보니 외국에서 들여다 파는 것이 손쉽고 이문도 더 남는다.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앞서 있다는 백신 분야에서도 동구권의 값싼 엔진을 수입, 사용자인터페이스(UI)만 한글화해 판매하는 수입상이 늘고 있는 형편이다.


 외산 업체의 진출이 활발할 수밖에 없다. 보안산업 전 분야에서 외산 업체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이 외산 업체의 안방이 됐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보안업계는 국내 보안시장의 70% 이상을 외산이 벌써 점령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나마 안철수연구소가 방어하고 있는 백신시장은 예외다. 아직은 안연구소가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외산 업체가 치고 올라오면서 이마저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이미 세계 시장 진출은 공허한 메아리가 된 지 오래다. 국내에서 생존 기반을 만들지 못하다 보니 해외 시장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간혹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결국은 해외 시장의 높은 벽만 실감하고 물러서고 만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정부 정책의 한계다. 정부가 보안산업·보안시장을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정보산업 육성책 하나 없으면서 개인정보보호나 보안 경고만 남발하는 까닭이다.


 정보보호산업은 금융거래·인터넷상거래 등 인터넷 비즈니스의 인프라 산업이다. 국가 안보의 핵심임은 물론이다.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책과 보호책이 시급한 이유다.


 전문 인력의 부족 현상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소프트웨어(SW) 전반에 걸쳐 심각한 얘기기는 하지만 보안 분야 역시 고급 개발자의 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전문인력 사냥은 아예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대기업은 특히 사업부별 보안팀을 신설하면서 전문업체의 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상황은 더욱 그렇다. 저가 수주 관행이 업계를 휩쓸면서 전문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보안 전문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특히 기술개발 여력을 감소시켜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어렵게 하고 있다.


 보안 SW에 대한 인식 부족이 한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SW는 공짜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고 정부 차원의 정책이라는 것도 교통문화 캠페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안시장에 정품보다는 불법복제로 얻은 공짜 제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해법이 쉽지 않다. 우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적정 수준의 대가지급 시스템을 만들고 우수 인력 발굴·양성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 전문기업의 상생문화 조성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보안산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 나아가 지속적인 정책적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제는 보안업계의 고민을 산업적인 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도 됐다.


 <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etnews.co.kr>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71115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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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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